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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자칭 ‘핸섬하고, 뷰티풀하고, 스마~트(꼭 여기에 노래하듯 늘임표가 들어가야 한다!)한 26세기의 재색을 겸비한 불세출의 인물’인 렉스 삼촌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이 감수성에 젖어 대담하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선택-맛이 애매하게 없는 과자 한 포대 주문하기 같은 것-을 하기 쉬운 시간. 그리고 렉스 삼촌 말대로 나는 이 시간에 깨어 있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한 차였다. 나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뜨려고 애쓰며 (여차하면 덕 테이프로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려붙일 준비도 되어 있었다!) 엄습하는 졸음을 참고 있었다. 원래 이 시간대쯤이면 새 나라의 성실한 28살 어른답게 침대에 들어가서 얌전히 달콤한 잠에 빠져들 시간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무려 ‘유령’이란 게 이 공허한 우주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아르고 호 한복판에 소리소문없이 빠밤! 하고 두둥! 하고 짜잔! 하며 등장했단 소식이 들려왔단 말이다! > > 게다가 여기 맨손이든 냉병기든 실탄이든 전부 다루는 무~서운 경호부 사람들이 있는데 겁대가리 없이 나타난 그 대담한 유령이란 놈이 좀 궁금하기도 하단 말이지. 실탄도 무서워하지 않는 겁대가리 없는 유령이란 놈의 낯짝이 궁금해서라도 이 레온 램버트가 새벽 세 시에 깨어 있기 같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안 보면 분명 일백 퍼센트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잠은 또 잘 수 있지만, 유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 > 그런데 유령은 철을 무서워한다고 하지 않았나? 음, 생각해보니 철을 무서워하는 건 엘프였나? 이런 옛-지구-전설-레전드-어쨌든 동화틱한 뭐시기는 나보단 아빠가 더 잘 아는데 말이지. 아빠라면 어쩌면 옛-지구-전설-레전드-어쨌든 동화틱한 뭐시기 말고도 유령에 관한 이야기도 잘 알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유령이니 괴담이니 뭐니 하는 것들엔 관심이 없으니까. > > 그런데 내가 아무리 유령에 대해서 몰라도 들은 건 좀 있단 말이지. 내가 듣기로 유령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개는 원한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나? 죽어버려서 심심한 나머지 나왔다는 유령 얘기는 딱히 들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말이야. 이 레온 램버트 님께선 28년 동안 살면서 딱히 원한을 산 일은 없는 거 같은데, 음, 내가 28년 살면서 굳~이 원한을 산 일을 떠올려 보자면 저번에 내가 A1-3에서 열심히 박살 낸 그놈들에겐 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살면서 기계장치 유령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이번 유령 사건에 그 기계장치들은 관계가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정말 기계장치 유령이 있다면 내가 그 버르장머리없는 기계장치들에게 쌓았을 원한은 장난 아닐 텐데. 만약 진짜 기계장치 유령이 있다면 억울하다. 먼저 버르장머리 없이 굴었던 건 그놈들이고, 내가 한 건 정당방위란 말이다! > > …아무튼, 그런 연유로 나는 새벽 세 시에 몰려오는 졸음을 참고 눈을 뜬 채, 메데이아에게 ‘유령 포획에 적절한 것들’을 빌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대체 유령을 잡으려면 뭘 가져가면 좋으냐고 질문을 던진 거지만. 내 질문을 받은 메데이아는 신이 나서 명랑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음, 일단 유령을 포획하려면 먼저 유령을 감지하는 것부터가 중요하겠죠?” > “두말하면 입 아프죠. 그런 게 센서에 잡히기라도 해요?” > “일단 시도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유령이 있는 자리에는 유의미한 온도 변화가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 메데이아가 다양한 측정 장비를 빌려드릴 수 있답니다! 적외선 감지 시스템을 활용한 장비에서부터 금속탐지기까지도요!” > > > 사실 다른 건 대체할 수 있는 장비(탐사 이후 완벽하게 수리를 마친 정크, 그리고 새로 장만한 특수 안경이었다)가 있어서 빌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대체 목록에 금속탐지기는 왜 있는 거야? 이거야말로 정말 생뚱맞고,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물건 아닌가? 나는 반은 어이없음, 반은 호기심으로 메데이아에게 물었다. > > > “유령이 금속탐지기에 잡히긴 해요?” > “흠흠, 로봇 유령이나 기계장치 유령일 가능성도 있죠.” > “실체가 없는데 탐지는 되는 금속이라면, 그건 잡아서 좀 뜯어보고 싶네요.” > “그럼요, 역사적인 발견이 될 거 같지 않나요? 그래서 무얼 빌려 가실 건가요?” > > > 왠지 저것 말고도 다른 게 있을 것 같아, 나는 메데이아에게 물었다. > > > “음, 또 다른 건 없어요?” > “과학적 접근이 아닌 비과학적 측면에서 접근을 해 본다면, 제령을 위한 마늘이나 소금, 팥 같은 걸 가져가시는 걸 추천해요!” > > > 헐, 대체 왜 마늘이나 소금 팥 같은 게 필요하단 말인가? 무슨 유령을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입은 생각한 그대로를 말로 내뱉고 있었다. 그 정도로 저 재료들이 황당했단 소리지. 팥은 몰라도 소금과 마늘은 밑간재료잖아! > > > “헐, 대체 왜 마늘이나 소금 팥 같은 게 필요해요? 무슨 유령을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유령 가지고 마늘이랑 소금으로 밑간하고 오븐에 구워내서 짜잔! 유령 구이라도 만들려고요?” > “유령 구이라니, 흥미로운 발상이네요. 메데이아는 먹을 순 없겠지만요! 먹을 수 있대도 먹고 싶지도 않고요!” > > > 이쯤 되면 그것도 있을 것 같았다. > > > “…은 탄환은 없어요? 이쯤 되면 하나쯤은 있을 거 같은데.” > “잘 아시겠지만, 함선 내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총화기를 사용하는 건 금지되어 있어요.” > “알아요. 그냥 경호부식 조크예요. 그럼 흡입력이 강한 청소기나,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청소 로봇은 있나요? 유령을 빨아들여서 포획하려고요, 슈슉!” > > > 메데이아는 내 말이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내며 나를 마주 보았다. > > > “청소기로 유령을 빨아들여서 포획한다, 흥미로운 발상이네요! 그럼 유령 포획을 위한 청소기나 청소 로봇을 빌려드릴까요? 혹시라도 검거에 성공하신다면, 이 메데이아에게 꼭 가져오기에요!” > > > 그거야 당연히! …필요 없지. 나는 메데이아를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 > > “아뇨, 필요 없어요. 청소기로 빨아들여 포획 슈슉 어쩌고는 그냥 레온 램버트식 조크였어요. 그럼 전 소금이랑 마늘을 가져갈래요. 유령 구이까진 못 만들어도 향기롭고 짭짤하게 밑간할 순 있겠죠.” > “…그것도 레온 램버트식 조크인가요?” > “반은 그렇고, 반은 진담이죠. 자, 이 레온 램버트, 유령을 소금과 마늘로 향기롭고 짭짤하게 밑간해서 가져올 테니, 뒷일은 메데이아에게 맡길게요!” > > > 나는 메데이아에게(이것들을 가져다준-정확히 말하면 로봇을 통해 가져다주었다-메데이아가 나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듯했으나,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 이 정도의 레온 램버트식 조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교 수준 아닌가!) 받은 소금 봉지와 마늘 한 접―까지는 아니고, 대충 반 접은 되는 것 같다―여튼! 나는 메데이아에게서 받은 마늘을 줄기째 들쳐메고 어슬렁거렸다. 유령 만나면 소금을 찹찹 뿌리고 마늘로 두들겨 패면 간이 배겠지, 라고 생각하며. > > 흠흠, 하여튼 듣기로 유령이 출몰하는 곳은 딱히 정해진 장소가 없는 것 같아, 나는 대충 발 닿는 대로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일단 계속 눈이 감기기도 하니 쉴새 없이 발을 움직여서라도 어떻게든 눈꺼풀을 뜨게끔 만들어야 했고. 아무튼, 열심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눈을 뜨고 깨어 있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유령을 안 보면 좀 재미없을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오기를 발휘해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내가 갈 수 없는 구역(함장실이라든지 함장실 말이다) 빼고, 함선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기세로 돌아다니던 나는 몇 번이고 허탕을 친 끝에, 어느 순간 쏟아지는 졸음을 더는 참을 수 없어,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졸려 죽겠는데, 장소 같은 게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여기는 길바닥도 아니고 함선 안인데 뭐. 여차하면 정크가 알람이든 경보든 뭐든 울려서 알려 줄 거고, 지나가던 누군가가 보면 흔들어 깨워주거나 뭐라도 덮어 주겠지… > > 잠든 내가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떠 고개를 들었을 때 본 것은…나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는 알렉산드라 누나의 무시무시한 얼굴이었다. 헐, 렉시 누나가 어떻게 온 거지? 여긴 함선 안인데. 꿈인가? 그러고 보니 함선에 오르기 전에 렉시 누나 차단을 풀었던가? 한 백만 년 전 우주 골든 햄스터가 쳇바퀴를 굴리며 전력을 공급하던 시절의 일이라서 기억도 나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저 백발귀신을 보아하니 분명 내가 차단을 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나저나 아르고 프로젝트 명단에 렉시 누나가 있었던가? 분명 내 기억엔 없― 잠에서 막 깬 바람에 잠에 취해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어떻게든 굴리려 애쓰는 와중, 렉시 누나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 > > “아무리 우주로 도망가봤자 넌 내 손바닥 안이야, 레너드 램버트 군.” > “뭐야, 렉시 누나 왜 함선에 왔어? 무슨 재주로 온 거야?” > > > 렉시 누나는 매정하게도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내 멱살을 틀어잡고는 고함을 질렀다. > > > “차단 안 풀어서 찾아왔다, 이 자식아! 감히, 니가, 날 차단해?” > > > 누나의 움직임을 보니 그대로 내 명치를 걷어찰 기세였다. 나는 문득 오래 전 일을 떠올렸다. 누나네 반 누구누구가 렉시 누나에게 아주 반했다는데 언제 청첩장 줄 거냐며 렉시 누나를 약올리고 놀리다, 누나가 마침 개조한 새 의족의 성능도 시험할 겸 내 버르장머리를 스피카 정통 비기로 고쳐주겠다면서 풀 파워로 내 명치를 걷어찼던 일을… 이것이 바로 죽음 전에 본다는 주마등 같은 것일까?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때는 분명 렉시 누나를 약올린 내 잘못이었지만 이번에는 진짜진짜진짜진!짜로!! 억울해 죽겠다! 애초에 이건 렉시 누나가 먼저 시작한 거였잖아? 내 첫사랑과의 재회 어쩌고 하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 소설…아니, 헛소리를 써서 보낸 사람이 누군데? 렉시 누나의 매서운 발길질이 내 명치를 향하기 0.5초쯤 직전 나는 렉시 누나에게 소리 높여 항의했다. > > > “아, 이번엔 왜 차? 완전 억울해!! 렉시 누나가 먼저 나보고 첫사랑 어쩌고 허튼소리를 했잖아!! 첫사랑 아니라니까-악!” > > > 폭력 반대! …는, 안 아프네, 명치?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아 뭐야, 꿈이었네. 휴, 편한 자세로 잤어야 하나 봐. 렉시 누나가 함선까지 쫓아오는 악몽을 다 꾼 거 보니! 나는 입가에 흘린 침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이번에는 부디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지 않았길 바라고, 함선에 있는 그 누군가가 듣지 않았음을 바라며…응? > > 정크가 경고 신호를 내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뭔가 경호부의 감 같은 것을 느끼고…라기보단 뭔가 인기척 비스름한 것을 느끼곤 위를 올려다보았다. 위를 올려다보자… 무시무시한 백발귀신…아니, 렉시 누나의 얼굴이 있었다. 헐, 이런, 제길. 이거 그건가? 꿈속의 꿈? 아니면 렉시 누나가 진짜 날 찾아온 건가? > > > “뭐야, 렉시 누나?! 아, 걷어차지 마!! 누나가 첫사랑과의 재회니 연애 회로에 전류가 흐르니 어쩌니 날조로 나에게 선빵 친 거니 일백 퍼센트 누나 잘못이잖아!” > “…….” > > > 렉시 누나는 그저 나를 가만히 노려볼…아니 바라보는 건가? 하여튼 뭐든 간에 날 뚫어져라 볼 뿐이었다. 엥? 패지 말란다고 진짜 안 패는 렉시 누나라니, 이건 되게 귀한데. 이런 건 엄청나게 화난 니나 누나나 하는 거지, 렉시 누나가 할 짓은 아니라고. 나는 렉시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혹여 렉시 누나의 약을 올리는 듯한 말투가 되지 않게 조심하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 > > “엥? 렉시 누나, 정말 안 때릴 거야? 아, 그렇다고 진짜 패진 말고!” > > > 누나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고요 가운데 울리는 것은 그저 정크의 경고음 뿐. 음, 이게 더 무서운데. 언제 혼신의 드롭킥이나 옆구리 꼬집어 비틀기가 날아올지 모르니까… 어라? 그런데 정크가 왜 자꾸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 혹시 고장이라도 났나 싶어 나는 눈앞에 있는 렉시 누나의 시선도 애써 무시할 겸, 누나에게 '잠깐 타임! 타임 외쳤는데 패면 반칙!' 을 외치고는 옆에 있는 정크의 상태를 체크했다. 탐사를 마치자마자 말끔히 수리했고 몇 번이고 상태를 점검했기 때문에 딱히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지만, 저번 A1-3 탐사에서 그 버르장머리 없는 기계장치들을 유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덕분에 파손을 입었기도 했었으니 뭔가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이상이 있을 수도…는, 이상 없어 보이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분해해서 샅샅이 살펴봐야 하나? 아니면 일단 필살 스피카 정통의 민간요법 때려서 고치기를 써야 하나? 분해와 민간요법 중에서 고민하던 내가 우선 필살기인 스피카 정통의 민간요법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정크가 경고음을 울리기를 멈췄다. 엥? 고장은 아니었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뜯어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여튼 한 건 해결! 아 맞다 렉시 누나가 있었지?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렉시 누나를 바라보았다. 렉시 누나가 여태까지 나에게 소리를 안 지르고 노려보기만 한 것도 누나답지 않고 이상하긴 한데… 어라? > > 렉시 누나가 있던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인기척도, 흔적도 없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아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신이 곡할 노릇’ 이었다.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마자 어,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렉시 누나의 모습을 한 그거, 유령이었나? 아니 근데 유령이 산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날 리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본 유령의 특징이 어땠더라, 뭔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했었는데 졸린 데다가 렉시 누나가 날 때리지 않고 사라져 줬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어서 머리가 안 돌아가니…하암. 이 정도로 눈꺼풀이 무거우면, 아무리 덕 테이프로 붙여봤자 소용없겠구나…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소금 봉지를 베개 삼아 베고 정크를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 > > 다음날 여차여차해서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깬 나는, 대충 나를 흔들어 깨워준 사람(나는 복도 한가운데에서 자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나에게 걸려 넘어질 뻔 한 것 같았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감사 인사를 표하고는 입가에 흐른 침을 손등으로 닦으며 이른 시간에 일어나 있는 (혹은 밤을 꼴딱 새운 거 같은) 함선 동료들에게 내가 잠들어 있던 때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나 목격담 이야기(아는 사람을 본 사람도, 모르는 사람을 본 사람도, 이 함 내에 있는 사람을 본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그냥 그 사람 본인을 본 거 아닌가?)를 듣고는, 문득 어제 본 렉시 누나는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퍼뜩, 어제의 주목적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아, 밑간! > > 맞다, 유령을 소금과 마늘로 밑간해야 했는데! 향기롭고 짭짤하게 잘 밑간한 유령을 메데이아에게 가져다주고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대체 왜 유령은 밤, 그것도 한밤중에만 나타나는 거지? 젠장, 모름지기 성실한 유령이라면 밤엔 좀 자고 낮에 활동하란 말이다! 나는 이런저런 목격담을 꺼내는 동료들 사이에 불쑥 끼어들어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 > > “유령은 왜 한밤중에만 나타날까요?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서 활동해야 26세기의 성실한 유령이지. 그래야 내가 멀쩡한 정신으로 유령에게 밑간도 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모처럼 소금과 마늘이라는 좋은 밑간 재료도 받았는데!” > > > 왜인진 모르지만 다들 표정이 오묘해지는군. 밑간? 무슨 밑간? 아니 그 전에 뭘 밑간한다고? 잠깐의 침묵 끝에, 그들 중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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