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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에 몸서리치며 눈을 떴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특히 괴수의 꼬리에 가격당한 뒤통수, 특히 꼬리 끝에 달려 있던 가시에 당한 뒷목 부분이 아직도 얼얼했다. 머릿속은 안개가 가득 낀 듯 희뿌옇기만 했지만, 몸에 잔상처럼 남아 맴도는 지독한 고통으로 말미암아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 > > ‘아직 살아 있구나.’ > > > > 월터가 가끔 가위에 눌리거나 지독한 근육통이 덮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마다 하는 행동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월터는 그 자리에 누운 자세 그대로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팔다리를 까닥거리기도 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하나하나 셈하듯 접었다 피기도 하고, 주먹을 쥐락펴락하기도 했다. 두 팔다리도 떨어져 나간 곳 없이 멀쩡했으며, 양손 양발의 손가락 발가락도 잘 붙어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어디 부러진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얼마나 누운 채로 꼼지락거렸을까,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돌아왔다. 뻐근한 몸을 겨우겨우 일으켰다. > > > > 이곳은 어디일까. 월터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얼한 뒷목을 어루만지며 주변을 살폈다. 경황이 없기도 했지만, 좁은 골방은 창문 하나 없는 탓에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어 주변을 인식하기 쉽지 않았다. 월터는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서 얼얼한 뒷목을 어루만졌다. 뒷목 쪽에 상처가 만져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여긴 분명, 영자칩을 심었던 곳이었는데…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 > > > ‘맞다, 에스프리 기어.’ > > > > 에스프리 기어는 멀쩡한가? 월터는 손을 뻗어 발끝을 더듬었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적들이 분명 그것을 압수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손끝에 만져지는 그것은 분명 특수부에 들어온 이후 수십 번도 더 신었다 벗었다 한 익숙한 신발형 에스프리 기어였다. 다행히도, 이 값비싼 알키마드 기술의 정수를 적들에게 압수당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적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 무슨 속셈으로 에스프리 기어를 빼앗지 않은 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에스프리 기어 따위는 그들에게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뜻일까? 뒷목의 상처와 관련이 있나? 영자칩이 제거당하거나, 파손되기라도 한 것일까. > > > > 문득 머릿속 안개가 번쩍하고 걷어지는 동시에, 머릿속 안개 뒤로 한 광경이 또렷이 떠올랐다. 가야트리 부장이 괴수에게 공격당하던 그 순간의 광경. 그가 당한 곳도 정확히 이 뒷목, 분명 영자칩이 심겨 있었을 곳이었다. 그리고… 가야트리 부장이 쓰러지고, 미동을 멈춘 그 이후…눈앞에서 보았던 믿을 수 없던 광경을, 월터는 다시금 떠올렸다. 모두의 눈앞에서 그가 인면괴수로 변모하던 광경을. 머리에 돋아난 두 뿔과 검게 변한 몸, 다섯 쌍의 팔, 그리고 더 이상 모두가 알던 가야트리 부장임을 알아보기 힘든 이목구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괴수의 모습으로 변한 그 모습을…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 ―그런데 왜 정확히, 똑같은 곳을 공격당한 나는 멀쩡한 거지? > > > > 월터는 문득 소설광인 어머니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종종 다루곤 하는 소재를 떠올렸다. 바이러스니 뭐니 창궐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득시글거리는 세계관에서도 남다른 면역 체계를 지니고 있어 바이러스에 면역인 등장인물들이 소수 존재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나 소설 속의 장치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었다. 벌어진다 해도 설령 본인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 > > ‘생각해봤자 소용없는 일에 더 매달려봤자 시간 낭비지.’ > > > > 일단 주변 상황, 이 공간만이라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기 시작했다. 그런 월터의 눈앞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문고리였다. 월터는 손을 더듬어 문고리를 당겼다. 하지만, 단단히 잠긴 문고리는 열리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누가 친히 본거지를 공격한 포로를 탈출시키려 하겠어? 그래도 혹시나 열리지 않을까 싶어 문고리도 몇 번 세게 당기고 밀어 보기도 하고, 문을 향해 몇 번 몸을 세게 부닥쳐 보았다. 그 시도가 모두 소용없음을 깨닫자, 월터는 빠르게 단념하기로 했다.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황, 게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감금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적의 눈에 띌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죽이지 않고 감금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적들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했다. 어쨌든 죽이지 않아야 할 이유, 혹은 살려 둬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니까. > > > >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초라하긴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대충 갖춰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 월터는 아까의 추론을 확신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적들은 지금 당장 그들을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직은 당장 목이 날아가진 않는다는 소리겠지 싶었다. > > > > 식수 통과 간편식이 있었으나, 딱히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진 않았기에 월터는 자리에 누웠다.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다. 혼란한 와중 괴수들의 습격에서 그들이 무사히 도망쳤기를, 혹은 자신처럼 별일 없기만을 바랐다. 혹여 그들 중 누군가가 가야트리 부장처럼 괴수로 변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월터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이 무사히 도망쳐 알키마드로 돌아갔기를 바랐다. 혹여 붙잡혔더라도, 자신처럼 괴수로 변모하지를 않았길 바랐다. > > > > 월터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문득 머릿속에 토드 바라캇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 > > ‘너, 만약에 선발된다면 당분간은 네 평온한 일상과 안녕일 텐데. 안녕 굿바이~할 각오는 됐어?’ > > > > 그때 월터는 토드에게 ‘각오는 됐다’고 대답했었다. 평범하다 못해 안온하기 그지없는 평온한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익숙한, 혹은 익숙해진 평범한 일상의 루틴을 버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구덩이로 자신을 내던지는 모험을 감내하겠다고. 그것이 오퍼레이션 마아트에 지원한 월터 워커의 각오이자 결심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미지의 상황을 온몸으로 겪어 보니, 자신이 그때 먹었던 각오는 그저 구색 좋은 말뿐만이었단 것을, 알량하고 얄팍하기 짝이 없음을 몸소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완전히 폭풍에 휘말려 버리다 못해 어둠 속에서 조난한 것 같았으니까. 한마디로 미지의 구덩이 한가운데에 보기 좋게 내팽개쳐진 꼴이었달까. > > > > 머릿속이 상념과 혼란으로 과부하 되기 전, 월터는 가장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취했다. 모든 것을 잠시 미뤄두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빠지는 일이었다. 한잠 자고 나도 상황은 그대로겠지만, 적어도 조금은 더 냉정하게 지금 상황을 살펴볼 수 있겠지. > > > > 월터는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 모두의 무사를 바랐다. 그리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마음먹은 대로 잠에 신속하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월터의 타고난 재능이었고, 이 재능은 천만다행히도 어수선한 상황, 그리고 낯선 장소에서도 유효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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